Camino de Santiago, day 6
Estella ~ Los Arcos / 21km / 약 6시간 소요
munic. Isaac Santiago 알베르게 이용 / 숙박 6유로(인당)
6일 차 영상 보기 https://youtu.be/tgJgZOipibk
어제부터 비가 오고 날이 추워지면서 아침에 일어나는데 몸이 이상했다.
나 보다도 찜작가의 컨디션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따뜻하게 옷을 입었고, 아침까지 든든히 챙겨 먹은 뒤
여유 있게 출발하기로 했다.
아침에는 요거트와 납작 복숭아 그리고 샌드위치까지 함께 먹었다.
열심히 먹었고 오늘 코스 초반에는 와인을 무료로 맛볼 수 있도록 하는
와인공장이 있다고 해서 기대를 하고 있었다.
공짜라고 막 먹다가는 오늘 일정을 망칠 수 있기 때문에
조금씩 맛보리라 다짐을 하며 찜작가와 걸었다.
한 시간 못 되게 걸었을까? 저 멀리에서 그 와인공장이 보이기 시작했다.
#BODEGAS_IRACHE라는 글자가 보이고 드 넓은 포도밭이 펼쳐졌다.
순례자들은 드문드문 있었고, 우리도 줄을 서서 맛을 보기로 했다.
왼편에는 와인이 나오고 오른편에는 물도 먹을 수 있게 해 놓았다.
순례자들을 위해 제공하고 있는 듯 했는데
동네 사람인듯 한 분이 자가용을 끌고 와 와인을 페트병에 담아 가는 것도 보았다.
좋아 보이진 않았다.
조금 맛을 본 뒤 우리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이 와인공장은 너무 일찍 열지는 않는 것 같다.
오픈 시간을 잘 확인하고 가야 할 것 같다. (이유는 잠시 뒤에)
맛을 본 뒤 오락가락 하는 날씨 탓에 우비를 입고 계속 걸었다.
우비를 입으니 체온이 올라가는 효과도 볼 수 있어서 괜찮았다.
어떤 이들은 우비를 입으면 습하고 불편해서 간혹 안 입으신다는 분들도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나는 우비를 입으면 마냥 신이 나는... 사람이다.
열심히 오전을 걷다가 한 마을에서 식사를 하고 가기로 했다.
작은 동네이기도 하고 어제 사둔 식재료들이 있어서
간단히 슈퍼에서 빵을 사 함께 먹었다.
슈퍼 앞에 작은 테이블과 의자가 있어서 좋았다.
자리를 잡고 먹는데 우리의 "로베르토"를 만났다.
거침없이 걸어오는 그를 반가워하며, 그도 우리를 반가워 하며 인사를 하고 사진을 찍었다.
로베르토 와의 사연은 이 날 적은 다이어리 전문으로 소개를 하고자 한다.
이탈리아저씨 "로베르토"
3일 전 처음 본 아저씨인데 어제야 인사를 했다.
내가 '빗속에서' 이문세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그러다 아저씨가 뒤에서 나를 추월하면서
웃으며 인사를 했다. 그리고는 "너희가 5km 이후에도 노래를 부를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장난 섞인 격려를 하셨고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했다.
그리고 헤어지려는 찰나, 비 온 뒤 도로여서 아저씨는 그만 미끄러지면서 넘어지고 말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상황에 우리는 깜짝 놀랐고, 난 아저씨가 떨어뜨린 바나나 봉지를
주워드리며 괜찮은지 물었다.
아저씨는 입을 삐쭉 내밀고서는 괜찮다 했고, 머쓱하게 웃었다. 나는 조금 다운된 아저씨의
기분을 좋게 해드리고 싶어서 말을 이어갔다. "이곳이 바로 까미노구나?!, 처음 겪는 이 길 위에서
정말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나고, 계획대로 되지도 않는 것 같다"라고 했고
아저씨도 이에 동의한다면서 말을 이었다.
"너희들의 노랫소리가 5km가 아니라 5m도 못 가서 멈추게 되어 미안해" 했다.
우리는 서로 괜찮다며 신나게 웃었다. 그것이 아저씨와의 첫 만남이었고 오늘 길 위에서 다시 만났다.
오늘 다시 아저씨를 만난 건 #이라체_와이너리를 지나서 10분쯤 지났을 때였다.
무언가 급해 보이는 아저씨는 거꾸로 걷고 있었다. 나는 아저씨가 무언갈 놓고 왔구나 하며 물었다.
"왜 거꾸로 걸어요? 뭐 놓고 왔어요?"
"아니, 이라체 와이너리를 그냥 지나쳤지 뭐야 ㅠ"
"응? 그 와인 나오는 곳?"
"응! 거기서 사진 찍어야 해!"
웃겼다. 한국 사람으로 치면 에펠탑에 갔는데 인증샷을 찍지 않은 것일까? 생각하는데
아저씨는 산티아고를 뒤에 두고 저만치 가 있었다. "다시 만나자!"하고 아저씨 엉덩이에 대고 말을 했다.
그리고 한 시간쯤 지나 점심을 먹으려고 앉아 있는데 아저씨가 다시 등장했다.
"이라체 사진 찍었어?"
"사진? 훗 동영상 찍었다 짜샤 :)"하며 아이처럼 웃었다.
이 길 위에서 우리에게 기쁨을 줬던 아저씨에게 선물을 하고 싶었다.
긍정적이고 밝은 아저씨에게 #하회탈과 #파전&막걸리 자석을 드리며 설명했다.
"막걸뤼"라고 정확하게 발음하던 그는 우리의 선물에 매우 고마워했다.
그리고는 자신은 줄게 없어 미안하다며 사진을 같이 찍자고 했다. 그리고 잊지 말자며 서로 다짐했다.
그리고 숙소에 들어와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 만나지 못했다.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
(로베르토는 이 이후에 계속 만나다가, 부르고스 이후부터 만나지 못했는데 기적처럼 산티아고에서 만났어요!)
다시 돌아와서 밥을 먹고 난 뒤 우리는 다시 한번 열심히 걸었다.
하루 종일 비가 계속되었다.
한참을 걷다가 우리는 오후 2시쯤 로스 아르코스라는 마을에 도착했다.
그다지 큰 마을은 아니었다. 우리는 처음에 숙소를 사립 알베르게로 잡으려고 했는데 조리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공립 알베르게로 향했다. 마을의 광장을 지나 마을 끝무렵에 놀이터 옆에 자리하고 있었다.
(놀이터 옆이라 그런지 아이들이 늦게 까지 노는 소리가 조금 시끄러웠다.)
체크인을 한 뒤 우리는 밥을 해 먹기 위해 마트로 향했다. 마트로 향하는데 계속해서 만났던
한국분들을 만났다. 저녁을 먹고 있었는데 맛있어 보였다. #순례자메뉴 라고 했는데
괜찮다며 추천해주셔서 우리는 해 먹지 않고 사 먹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는 한 아버님(며칠 뒤 다시 등장 예정)의 도움으로 라라소냐 이후 처음으로 순례자 메뉴를 주문했다.
와인과 바게트가 먼저 나오더니 금방 사진과 같이 음식이 나왔다.
크림 리소토와 볼로네제를 시작으로 먹기 시작했는데, 행복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토록 먹고 싶었던 윙과 감자를 먹었다.
윙에는 털도 간혹 있긴 했다. 그런데 오랜만에 닭튀김을 먹어서 그런지 너무 좋았다.
그저 맛!!
그리고 역시 감튀에는 마요네자죠..
(사실 마요네즈는 우리가 미처 처음에 신경 못 썼는데 주문 도와주신 아버님이 알아서 주문해주셨다.. 감동)
맛있게 먹고 디저트까지 우리는 배부르게 먹었다.
찜작가는 바닐라 초코 아이스크림을 먹었고 나는 요플레를 먹었다.
배부르게 먹은 뒤 셀카카카카카 신나 행복해
우리는 다 먹고 마을을 살짝 둘러본 뒤 숙소로 돌아와 쉬었다.
그리고 부엌에서 일기를 쓰며 쉬고 있었는데, 알렉스가 수박을 사 와 나누어 줬다.
(스위스에서 온 알렉스도 다음에 다시 소개 예정ㅋㅋ)
충분히 배가 불렀던 우리는 만족의 셀카를 마지막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파울로 코엘료 [순례자]에 나오는 좋은 문장이 있어 소개하며 오늘을 마무리한다.
"선한 싸움은 우리가 간직한 꿈의 이름으로 행하는 것입니다. 젊은 시절, 우리 내면에 간직한 꿈들이
힘차게 꿈틀댈 때면 우린 용기백배하지만, 그댄 아직 싸우는 법을 알지 못했지요. 각고의 노력 끝에
마침내 그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을 때는, 전장에 뛰어들 용기가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기 자신을 적대시하게 되고, 결국엔 스스로 자신의 가장 큰 적이 되고 마는 것이지요.
자신의 꿈은 유치하다거나, 실행하기 힘들다거나, 인생에 대해 몰랐을 때나 구는 꿈이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하면서 말이죠. 선한 싸움을 이끌어갈 용기가 없기 때문에 자신의 꿈을 죽여버리는 겁니다.'
순례자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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