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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잣까 여행/2019순례길

[산티아고 순례길] 수다쟁이 털보와 찜작가의 부엔까미노 7일차 :)

Camino de Santiago, day 7

Los Arcos ~ Logrono / 30km / 약 8시간 30분 소요

munic. Alb Peregrinos 알베르게 이용 / 숙박 7유로(인당)

 

7일 차 영상 보기 https://youtu.be/4TRgtPQ2Kzc

 


푹 자고 일어난 우리는 오늘도 6시쯤 일어났다. 
그리고 짐을 챙겨 숙소를 나온 시각 6시 30분 
이제 어느덧 아침에 일어나는 게 조금 익숙해졌다. 
물론 우리가 목표한 시간은 6시 였다. 

뭉그적, 그리고 30분 더 자는 것은 산티아고를 걷는 내내 계속되었다. 
그래도 산뜻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출발 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한껏 코로 상쾌한 공기를 마시니 코가 아팠다. 
계속 내리던 비가 다행히 오늘은 그쳤지만, 
비가 온 후라 아침 공기는 꽤 차가웠다. 

찜작가와 나는 바람막이를 입었고, 찜작가는 목을 보호했다. 
좀 흐렸던 아침의 하늘이었는데 해가 뜨기 시작하고부턴
언제 그랬냐는 듯 맑아졌다.

 

차가운 아침 공기
손톱 달
찜작가 뒤로 뜨는 태양&손톱 달
오늘도 부탁해 살표 !

 

오늘의 거리까지 포함하면 우리는 약 7일동안 150km를 걸은 셈이었다. 
"오케이, 지금까지 걸은거 4번만 더 하면 된다!" 
하고 말을 한 뒤 뒤통수가 따가웠다. 
찜작가가 그게 말이야 방귀야 하고 있었다. 
그래.. 아직은 좀 더 열심히 걸어야 한다. 
그래도 우리가 150km를 걸었다는 것은 매우 대단한 일 임에는 틀림없었다. 

 

까미노 친구들은 반가워
밝아지며 맑아지는 하늘
잘 따라오시구요
즈려밟고

 

얼마 만에 보는 해인지 반가운 터라 우리의 찜작가는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덕분에 예쁜 하늘 사진과 영상을 찍을 수 있었다. 

 

찜작가 샷
짙은 그림자 = 뜨겁다
요기 순례자 컾흘
찜작가 작품활동 중 1
찜작가 작품활동 중 2

 

인생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고 누군가 하지 않았던가?
예쁜 하늘 사진과 영상을 얻었지만
우리는 속도를 잃었다. ㅋㅋㅋㅋㅋ
그래도 우리는 행복했다.

(뜨거워 지기 전 까지는)

오늘도 바르셀로나 아저씨를 길 위에서 만났다. 
어디서 주웠을지 짐작이 가지 않는 긴 나무막대를 쥐고 있었고 
역시나 성인 남성의 등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 신발주머니를 매고서 걷고 있었다. 
다시 만난 아저씨는 우리에게 오늘 어디까지 갈 것이냐 며 물었고
같은 마을까지 간다며 이따가 또 보자라고 했다. 
그리고는 허름한 신발과 나무 막대로 땅을 치며 열심히 걸어가셨다. 

 

기분 좋은 아재

 

그렇게 오전을 열심히 걷고 #Viana 라는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에 들어서는 골목이 너무 아름다웠다. 
그리고는 '와 여기서 묵어야 하나?'라고 생각했다. 
('힘들어서'였는지, '아름다워서'였는지는 잊어버렸다)
그리고 우리는 배를 채우려 예쁜 골목을 볼 수 있는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보카딜로 와 #생맥주를 주문했다. 

아 멋져, 아름다워 여기서 쉬고싶어 (Viana)
도스 까냐, 도스 보카딜로 앤 우노 아이스 포르빠보르

한참을 우리는 골목을 관찰했다. 
지나는 순례자들에게 간혹 "부엔까미노" 할 뿐 우리는 서로에게 출발하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ㅋㅋㅋㅋㅋ
충분한 휴식을 하고 난 뒤 우리는 우리의 목적지, #Logrono로 향했다. 
남은 거리는 10km 남짓이었고 우리의 속도라면 약 3시간 가량 걸을 것 같았다. 
시간은 1시가 못 된 시각, 우리는 뜨거운 순례길 위에 다시 올라섰다. 

역시나 우리에게 찾아온 더위는 우리를 힘들게 했다. 
더위라기 보다는 뜨거웠던 구간이었다. 
물은 떨어져 갔고, 찜작가도 힘들었다. 

 

열일 하는 하늘
찜작가 쓰러지다!

 

열심히 걷다가 우리는 결국 로그로뇨를 2-3km 남겨두고 휴식을 가졌다. 
소나무들이 높게 서 있는 곳이었다. 
순례길을 사이에 두고 왼쪽에는 자동차 전용도로가, 오른쪽에는 소나무들이 있었다. 
우리는 그곳에 누워 열량을 보충했고 그늘에서 휴식을 취했다. 

 

휴식을 취하고 출발하고 본 가리비&살표 조합

 

아저씨 우산 같이 써요 !

충분한 낮잠을 잔 뒤 우리는 다시 출발했다. 
시간은 3시 30분을 가리켰고 해는 매우 뜨거웠다. 
우리는 아침에 부렸던 우리의 여유를 시기하며 걸었다.

찜작가 더워요?
찜작가는 심기불편
우리가 머무른 숙소 그나마 마을 초입?

마침내 우리는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조금 늦은 도착시간이라 이미 낮은 층에는 사람들이 다 있었다. 
우리의 방은 2층에 자리잡고 있었다.(우리나라로 치면 3층?)

아까 우산 아저씨? / 저기 물에 발 담그면 짱 좋아요 피로 풀림

조금의 휴식을 취한 후 우리는 시내를 둘러보기 위해 나왔다. 
팜플로나 이후에 만난 조금 큰 도시여서 신기해하며 구경했다. 

구경하다가 한잔 하고 계셨던 바르셀로나 아재도 만났다.

로그로뇨 성당
성당 앞 광장
바르셀로나 아재(그새 티셔츠 사셨네)
바르셀로나 아재 세월호 팔찌 드림

 

배가 고파진 우리는 식당을 찾아가 '또'먹고싶었던 윙봉과 빠에야를 주문했다. 
*로그로뇨에 가면 양송이 타파스를 꼭 먹어야 한다고 합니다*

빠에야는 그냥, 윙봉&감자는 그저..


배불리 음식을 해치운 우리는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부엌에 앉아 일기도 쓰고 쉬고 있는데 프랑스 아줌니를 다시 만났다. 
아줌니는 오늘이 자신의 마지막이라고 했다. 
이제 다시 프랑스로 돌아가신다는 아줌니가 우리에게 남은 길 다치지 말고 
행복하라고 인사를 해주었다. 
우리는 첫날부터 만난 이 아줌니에게 꽤나 많은 정이 들었었다. 
언제든 만날때마다 우리의 안부를 물어주고,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찜작가와 나는 우리를 기억해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자석을 꺼내왔다. 
그리고 아줌니에게 선물을 했다. 
아줌니는 우리에게 언젠가 다시 만나자고 기약 없는 약속을 하셨다.

프랑스 아줌니
그동안 메르시 :)

 

그렇게 한바탕 아줌니와 이별을 하고 또 한 번의 이별을 맞이하게 됐다. 
특별히 이번 숙소에는 한국분들이 많았다. 
그 중 7일간 같이 걸으며 계속 만났던 분 중 한 분이 휴가 일정에 맞추기 위해
레온으로 이동해야한다고 하셨다. 
다들 아쉬운 마음에 같이 음식을 놓고 와인을 마시며 그의 남은 여정을 축복해주는 시간을 가졌다.
*훗날 요분은 산티아고 무사 도착을 알려왔고, 우리도 무사 도착을 했을 때 많은 축하를 해주셨다.

7일간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만났던 이들과 하나 둘 이별한다는 게 아쉬웠다. 
앞으로 우리는 계속해서 이별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마음을 추스르는게 쉽지 않았다. 
지금도 각자의 삶에서 자신의 길을 걷고 있을 나의 까미노 친구들에게 이 글을 통해 
안부를 전하고 싶다!
다들 부엔까미노, 부엔라비다!

 


파울로 코엘료 [순례자]에 나오는 좋은 문장으로 오늘도 마무리

낮잠을 자기 위해 걸음을 멈춰야 할 시간이었지만, 페트루스는 계속 걷기를 원했다. 그것이 자신의 너그럽지 못했던 행위에 대해 속죄하는 방식이라면서, 결국 아무 잘못도 하지 않은 나도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 아래 터벅터벅 걸음을 옮겨야 했다. 나는 선한 싸움에 대해 생각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곳곳에서 자신들이 원하지 않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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