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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잣까 여행/2019순례길

[산티아고 순례길]수다쟁이 털보와 찜작가의 부엔까미노 3일차 :)

Camino de Santiago, day 3

Larrasona ~ Pamplona / 16km / 약 6시간 소요

 

1,2일 차의 여파로 인해 우리는 더 이상 더는 늦게까지 걸으면 안 된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우리는 조금 더 이른 출발을 하기로 했고, 2일차 보다 무려 30분이나 빨리 나왔다.
7시 30분 우리는 기분좋은 아침 공기를 마시며 어제까지의 힘들었던 것들을 또 금방 잊어버렸다.

 

 우리는 3층 첫번째 방에서 잤어요 
760km 남았다고 해요. 날씨 짱 좋고~

그리고 우리 주위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장면들을 연신 담고 있었다.

 

하늘, 구름, 산, 나무, 소 
아침이라 다리가 기~인 그림자.

 

우리의 몸이 조금 적응이 되어서 인지 제법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이 날 오전에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는, 

조금 연세가 있어보이는 할아버지와 아들이 걷는 
모습이었다. 물론 우리와 같이 걷는 사람들이 많이 없기도 했지만, 

쉽사리 그들의 모습이 잊히지 않았다. 

 

아빠와 아들

아들이 앞서 걸었고 아버지는 뒤따라 걷고 있었다. 

아버지는 조금 힘에 겨워 하셨고, 그런 아버지의 속도에 
맞추어 아들은 걷고 있었다. 

그냥 같이 걷는 것 뿐이었는데 왜 이렇게 기억에 남을까 생각해보았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들의 30년 전을 상상해보았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어딘가 걷는 아들
오랜 시간 걷다보니 지친 아들을 번쩍 안아 걷는 아버지의 모습
그렇게 강했던 아버지는 어느새 아들의 도움을 받아 걷고 계셨다. 

부자지간을 뒤따라 걸으면서 찬찬히 지켜보다가 "부엔까미노" 하고 싶었다. 
그래서 추월을 하며, 환하게 웃으며 "부엔까미노 !" 했다. 


그렇게 걷다가 한두시간 지났을 무렵 우리는 어제 장 본, 과일을 먹기로 했다. 
어김없이 신발 속 나의 발들에게도 시원한 공기를 선사해주면서 사과를 먹었다.

 

양말도 벗어야 물집이 안 나지!
파란 사과, 사과는 맛있어 :)

 

잠깐의 휴식을 마치고 우리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함께 발을 맞추어 걸었고, 우리는 여전히 노란 화살표를 따라 걸었다.

 

우리 꽤 좋아보여 (흐뭇)
너만 믿는다, 살표야
아스팔트 싫은 나
그림이야 찜작가~

목적지인 팜플로나 까지는 반절 정도 남은 지점이었기 때문에 

점심을 먹고 남은 길을 가려고 했다.  "자발 디카"라는 마을이었다. 

이 마을은 큰 도로를 기점으로 하여 윗마을과, 아랫마을로 나뉘어 있었다.
왜인지 모르게 나는 윗 마을에 가서 점심을 해결하고 싶었다. 

(평소에 나는 촉이 좀 좋은편이다..)
아랫마을에서 쉬고 있는 순례자들을 지나치며 

우리는 약간의 언덕을 올라갔다. 
300m의 짧은 언덕이었는데 쉽지 않았다. 

그래도 점심을 먹을 생각으로 올랐고 한 성당의 뒤편으로 들어섰다. 

멋진 마당이 있었고, 성당이 보였다. 

그리고 몇채 되지 않는 집들이 아기자기해 보였다.
성당 앞에서 이야기 나누고 계시던 할머니에게 

인사를 하고 식당이 어디에 있냐고 물었다. 

그런데 할머니께서는 "우리 마을에는 예쁜 예배당이 있어요." 했다. 
나는 다시한번 식당이나 바가 있는지 물었다.
할머니는 다시한번 대답하셨다. "바와 레스토랑은 없구요, 

예쁜 예배당이 있어요 들어가셔서 한번 보시고
기도하고 가셔도 됩니다." 했다. 

우리는 배가 고프다고 했지만 할머니는 우리를 예배당으로 기어코 데려가셨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잠시 들러 기도를 했고, 시원한 물도 얻어먹었다. 
결국 우리는 점심을 먹지 못하고 다시 마을을 출발해야 했다. 


*혹시, 자발디카라는 마을에 가시는 분들*

윗마을에는 바나 레스토랑은 없고요, 예쁜 성당만 있어요.
그 예쁜 성당을 찍지 못해 사진은 없는데 정원이 멋진 성당이 있답니다.

그렇게 조금 더 걷기 시작했고 다음 마을에 우리는 꽤나 빠르게 도착했다. 
그리고 잠시 앉아 한가로이 여유를 즐겼고, 콜라와 샌드위치를 먹었다.

 

찜작가는 피곤해요
하트 X?
바 엘 플레노 
여유로워 좋아요
맛있어 콜라, 빵도.
밥 먹고 바로 시에스타

팜플로나 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고, 오늘의 거리는 짧았기에 

우리는 충분한 휴식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아름다운 길을 맞이할 수 있었다.

너만 믿어 살표야,
팜플로나 도착인가요오 ~
찜작가 힘내 !

우리는 성곽을 따라 길을 올라갔고 팜플로나 라는 

아름다운 도시에 도착할 수 있었다. 
생장을 출발한 뒤로 맞이하는 꽤 큰 규모의 마을 아니 도시였다. 

우리는 일찍 도착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그리고 우리는 공립 알베르게인 Jesus y Maria으로 향했다. 

 

넌 혹시 어제의 '나'?
골목 아름다wo

도착한 숙소는 성당을 개조한 듯 보였고, 

가운데 공간이 있고 양 옆의 통로에 침대가 놓여있는 공간이었다. 
우리는 빠른 체크인을 하게 되어 자리는 입구쪽으로 배정받았다.

 

배정받은 침대 모습
샤워 후 바라본 반대모습 옷걸이 의자등이 있어요
옷도 걸고, 배낭도 걸고
좀 쉬었으니 맥주 마시러 가자 !

팜플로나 마을을 좀 돌아본 뒤 우리는 열려있는 한 바에 들어갔다. 
그리고 들어가자마자 생맥주를 주문했다.

거품이 너무 많은 생맥주였지만 문제 없었다. 
우리는 적당히 시원한 맥주가 아닌, 짱 시원한 맥주였기에 행복했다. 

 

도스 까냐, 뽀르빠보르 
앤 우노 또띠야 
깔끔한 바 Jota

그렇게 잠깐의 시간을 보낸뒤 우리는 마트에 장을 보러 나왔다. 

오늘 저녁은 직접 만들어(?) 먹으려 했고, 
우리는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라면은 한번 먹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중국 마트에 들러 컵라면과 계란, 그리고 과일도 좀 샀다. 

 

신라면 겟 하러 가자

 

주인만을 기다리는 멍뭉이
거 참 맛 좋다

숙소에 도착해서 빨래를 널고, 잠시 쉬다가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고 나서 마을을 돌아볼 새도 없이 

우리는 내일 있을 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바르셀로나에서 온 한 아저씨를 만났다. 

아저씨는 배낭도 큰 게 아니라, 

작은 신발주머니 같은 것만 매고 다니시고 계셨다. 

아저씨는 "산토도밍고"라는 마을까지만 가신다고 하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거셨다. 
대화의 내용은 생각 나지 않지만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며칠 뒤 헤어질때까지 아저씨와는 계속 마주쳤다. 

셀카도 많이 찍었다. 

 

수염아 자라렴

이렇게 오늘 또 새로운 친구를 한 명 사귀고 우리는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런데 그 친구는 코를 심하게 골았다. 

못다한 한마디 
우리가 머물렀던 숙소가 매우 더웠다. 

나 같은 경우도 새벽 내내 잠을 못 잤고, 
내일 등장할 이탈리아 친구는 심지어 너무 더워 

새벽 4시에 일어나 샤워하고 출발했다고 했다. 
여름에 가실 분들은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다. 

더위를 많이 타시는 분 특히 !

 

아래 영상은 2,3일 차의 우리 걷는 모습.

 

걷는 소리 중독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