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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잣까 여행/2019순례길

[산티아고 순례길] 수다쟁이 털보와 찜작가의 부엔까미노 18일차 :)

Camino de Santiago, day 18

Terradillos de Los Templarios ~ Bercianos del Camino / 23km / 6시간 50분 소요(휴식시간 포함)

RP. Alb. la Perala 알베르게 이용 / 숙박 10유로(인당) / 순례자 메뉴 10유로(인당) 

 

18일 차 영상 보기 18일차 털보와 찜작가 영상

 


어제 그 진상 아저씨들과 함께 잠을 자는데, 한 아저씨는 역시나 코를 크게 골았다. 
술까지 먹고 자서 더 어마무시했던 것 같다. 
덕분에 우리는 피곤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이 글을 통해 다시한번 심심한 감사를.. 

우리는 암묵적으로 6시 출발을 기준으로 잡았다. 
오늘뿐만 아니라 모든 날에 적용되는 기준으로, 그렇지만 우리는 항상 "5분만 더"에 
지고 있었다. 18일차 아침도 물론 그랬다. 
우리는 겨우겨우 몸을 일으켜 다시 한번 떠날 채비를 했다. 

카페 콘 레체의 여유
커피&오레오 달콤 그 자체

짐을 싸들고 나와 맞은편에 있는 다용도실? 로비?로 향했다. 
그곳에는 커피 자판기를 비롯해 보드게임, 그리고 우리에겐 필요하지 않은 교통편 정보들이 있었다. 
자리에 앉아 커피를 뽑았고, 찜작가의 제안으로 오레오도 같이 뽑아 먹었다. 
커피와 오레오를 함께 먹으니 달달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오늘의 일정도 달콤할것만 같았다. 

어두운 순례길 아침

숙소를 빠져나와 어둑어둑한 골목들을 빠져나왔다. 
마을을 빠져나오니 이내 우리는 휴대폰 후레시를 켜야했다. 
30분 정도 걸으니 우리의 뒤에서는 역시나 아름답게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지금껏 살면서 매일 이렇게 일출을 볼 수 있었나 싶다. 
꼭 스페인, 순례길 일출이 아니더라도 매일매일 일출을 보는 것은 한국에서도 멋질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 가서도 일출을 보고 감동을 받는 털보가 되길 하고 잠시 생각한 뒤 
다시 걸었다. 

뒤에서 밝아오는 아침

 

18일째 일출을 보는 중이에유


한 마을에 들어서는데 화장실이 급했다. 성당 앞에 알베르게 겸 바가 하나 있었다. 
우리는 그 앞에 배낭을 두고서 콜라를 하나 주문했다. 나는 헐레벌떡 계산을 하고 찜작가에게 
잔돈을 맡기고서는 화장실로 곧장 향했다. 화장실 앞에는 "바를 이용하지 않는 순례자들은
1유로의 화장실 이용요금을 내야 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성당과 파란하늘 구름

볼일을 보고 다시 이슬이 내린 야외 테라스 의자를 털고 닦은 뒤에 앉았다. 
우리 뒤에서 지나가던 순례자들과 즐겁게 인사를 하고 몇몇을 먼저 보내줬다. 
우리가 쉬고 있을때 알베르게에서 마지막 손님이 체크아웃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저 손님은 되게 늦게 나간다며, 여유 있고 좋겠다. 아침에 푹 잤을까? 
어제 많이 힘들었을까? 등 이야기를 나눴다. 

 

콜라를 다 마시고 성당을 보는데, 새들이 부지런히 아침이 왔음을 마을에 알리는 듯했다. 
힘찬 목소리로 성당 주변을 돌면서 자신들끼리의 아침 의식을 하는 듯 했다. 
열심을 다하는 그 모습에 반해 영상을 찍고 우리는 다시 우리도 열심을 다하자며 출발했다. 
다음 휴게마을은 "사하군"이었다. 

옥수수 밭이 나오기 시작

사하군으로 가는 길은 평범했다. 간혹 비가 내렸으며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맑아지기도 했다. 
그러다 사하군으로 들어가기 얼마 전 하늘은 우리에게 무지개를 크게 보여줬다. 
이쪽부터 저쪽까지 마치 한 마을을 잇는 듯한 모습이었고, 구글에서 찾는 무지개 이미지를 보는 것 같았다. 
오늘 아침 새에게서 배운 열심히 감탄하고 행복해 했다. 
그리고 아침에 먹은 커피&오레오가 생각났다. 왜 무지개를 보고 커&오가 생각났는진 잘 알 수없지만
달콤한 순례길에 우리는 이미 취해 있었다. 

 

선명해, 사진 말고 실제로는 더 선명했지

사하군에 도착해 한 바에 들어갔다. 이곳도 역시 알베르게를 겸하는 곳, 테라스에는 이미 몇몇 
순례자들이 모여 앉아 커피&담배 조합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우리는 인사를 하고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날씨가 살짝 추웠기에 우리는 안에서 먹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는 처음으로 따뜻한 우유를 주문했다. 빵은 매번 먹던 초코빵과 애플파이를 주문했다.

 

우유와 초코빵 :)

맛있게 그리고 따뜻하게 몸을 녹이고 우리는 다시 출발했다. 
출발하려고 하니 하늘은 다시 흐려지고 있었고 비가 한두방울 내리기 시작했다. 
마을을 나와 다시 본격적인 순례길을 오르려 할때 우리는 그토록 보고 싶었던 "양 떼"를 만났다. 
우리는 순레길 1일 차에 양 떼를 보고 제대로 된 양 떼를 본 적이 없었다. 

 

양치기 아저씨와 개 그리고 양떼들

저만치에서 오는 양떼들의 소리를 듣고 우리는 잠시 길에 서서 양 떼들을 바라봤다. 
왜 우리는 양떼를 좋아하는가에 묻는다면, 그저 내가 양띠여서 그렇다고 대답한다.
양 떼들이 지나가는 장면을 한참 바라보는데 제일 뒤에서 걷는 양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다리를 절뚝거리며 무리에서 이탈하지 않으려고 열심인 양이었다. 
다른 친구들과는 다른 걸음으로 걷고 있어 눈에 띄었고 그 양이 지치거나 포기하지 않았으면 하고
오지랖을 부렸다. 왠지 나를 보는 듯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한참을 다시 걸으며 그 양에 대해서 찜작가와 나는 이야기를 나눴다. 

 

어제도.. 373km 였는데 뭐냥 

사하군을 지나고 부터 우리가 갈 곳인 베르시아노스 델 까미노라는 마을은 약 10km 구간이다. 
역시나 길게 뻗은 길에 나는 점점 지쳐갔다. 결국 마을을 얼마 남기지 않고 한 버스 정류장 같은 곳에서
쉬어가기로 했다. 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찜작가는 꼭 찍어야 한다면서 배낭을 내려두고 
사진을 찍었다. 

 

힘들어 힘들어, 긴 바지 때문이었을꺼야.
난 멀쩡한데? 하는 찜작가 사진

잠깐의 휴식시간을 가진 뒤 다시 배낭을 매고 출발했다. 
시간은 아직 여유가 있는 시간이었다. 여느 순례자들이 조금은 더 걸어도 된다라고 하는 시간이었다. 
덕분에 우리가 숙소로 들어가는데 여유있게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우리가 머물렀던 숙소는 신식으로 지어진 듯했다. 
마을 초입에 자리를 잡은 이곳은 모든 곳이 넓직넓직 했다. 정원부터, 식당, 로비, 그리고 방까지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제주 갬성까페 뷰같어 ~ 하는 찜작가

 

우리가 체크인을 하려하자 사장님은 너희들의 친구도 여기 있다.라고 했다. 
우리 친구가 여기 있다고? 다시 물었고, 이름을 보여줬다. 이름을 보여줘도 우리는 알 수 없다. 
당황하고 있을 찰나 우리랑 며칠사이 계속 같이 걸었던 한국인 아버님이 보였다.
그리고 같이 방을 묵을건지 물었고, 찜작가의 허락을 받아 같이 지낸다고 했다. 
여기의 방은 모두 4인실이었고, 1층 침대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물론 더 좋은 방도 있다고 한 것 같다.

 

이래 찍고 있었대요.

체크인을 마치고 우리 방으로 향했다. 시설은 어딜 가나 깨끗했다. 우리는 기분이 좋아졌다. 
방에 들어가니 아저씨가 웃으며 반겨줬고 우리는 짐을 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저녁에 함께 밥을 먹기로 하고 나 먼저 샤워를 했다. 찜작가도 샤워를 마치고 우리는 빨래를 했다. 
아니 맡겼다. 숙소에 요청을 하고 세탁기에 빨래를 돌렸다. ㅋㅋㅋㅋ 손으로 하는 게 힘들었다. 

 

숙소 앞
우리의 까.친 !1

그리고 잠시 슈퍼에 다녀오기로 했다. 작은 슈퍼가 하나 있었다. 그곳에서 내일 먹을 간식을 샀다. 
내일은 12km를 마을 없이 건너는 구간이 있어 식량이 필요했다. 그리고 저녁에는 빵으로 때우려고 했다. 
그런데 고생한 우리가 빵과 우유만 먹으려니 괜시리 서글퍼졌다. 
그래서 우리의 까친(까미노친구라고 아저씨가 부르자 함)과 함께 숙소에서 순례자 메뉴를 주문해 먹었다.

 

아 푸짐하니 찐탱이야ㅠ 
이거슨 질긴 소~

각각 메뉴를 정해 먹었는데, 메뉴들이 다 맛있었다. 그중 샐러드가 진짜 맛있었다. 그냥 짱이었다.  
나는 사실 올리브도 잘 먹지 않는데 너무 잘 들어갔다. 와인도 기분좋게 넘기니 어느새 우리는  
분위기에, 그리고 와인에 취해 있었다. 이대로가 아쉬워 우리는 자리를 옮겨 맥주를 한잔 더 하기로 했다.

 

짜~안 또는 친친

숙소 앞 정원에서 우리는 멋진 풍경을 바라보며 맥주를 마셨다. 
그리고 대화를 하다보니, 까친은 올해 정년을 앞두고 계신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뭔가 아버지 생각이 나서 가족방에 생존신고를 했다. 
까친과 앞으로도 계속 보겠구나 싶었고, 따뜻한 아재임이 느껴져 좋았다. 

털보와 찜작가 그리고 까친의 신발! 

그렇게 우리는 다 취한 상태로 방에 들어갔고, 어둑어둑해질 때 널어놓았던 빨래를 걷어왔다. 
침대로 돌아와 자리에 눕고서 한동안 이야기를 하다 잠이들었다. 
와인과 맥주를 마신 우리는 과연 내일 멀쩡할 수 있을까? 하고 쓸데없는 고민을 하다 잠이 들었다. 

 

따님한테 보여주셨어요!? 
멋진 일몰 또 18일차 안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