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ino de Santiago, day 16
Boadilla del Camino ~ Carrion de los Condes / 25km / 8시간 소요(휴식시간 포함)
Ref. Parois. Sta Maria 알베르게 이용 / 숙박 5유로(인당)
16일 차 영상 보기 https://youtu.be/0I_HeQ6q_v8
사실, 어제의 9.5유난의 여파로 털보는 많이 힘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는데도 몸이 잘 일으켜지지 않았다.
숙소 또한 정말 잠만 자는 곳이었기 때문에 쉽지 않았다.
역시 비용절감은 몸이 고생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도 찜작가와 나는 6시 출발을 할 수 있었다.
오늘의 목적지는 한국 순례자들에게는 조금은 익숙한 곳이었다.
몇 년 전 정치하는 심상정 의원이 찾았던 곳이기도 한 까리온 델 로스 콘데스로 향한다.
25km의 적당한 거리이기에 천천히 가도 되었지만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을
느껴서인지 우리는 서둘러 출발했다.
아침에 나와 황홀한 일출을 볼 수 있었다.
천을 따라 걷는 와중에 세상 행복한 일출을 보았는데, 덕분에 우리의 속도는
일찍 출발했지만 가다서다를 계속해서 반복했다.
조금은 심심한 구간인 메세타 구간이지만 이런 일출을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하지만 인생은 동전의 양면 같아서, 아니 순례길은 동전의 양면 같아서
한 가지 좋은 게 있다면 다른 좋지 않은 점도 있었다.
그것은 바로 모기떼였다.
천변을 따라 걸어서 그런지 모기가 정말 많았다.
아무리 손을 휘젓고 쫓아내도 모기들을 신경 쓰지 않고 계속 달려들었다.
이마, 얼굴, 어깨, 팔 등 계속해서 나의 피를 노리는 모기들이 정말 싫었다.
순례길을 걸으며 마음을 정화하고 행복하기만 할 줄 알았건만
#모기로 인해 나의 순례가 제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는 억울해 하며 '왜 우리에게 모기가 달라붙는 거지? 우리만 이런 건가?'
생각하고 다음 마을에 도착해 식사를 하던 중
mira's 커플을 만났다. mira는 모기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질린 표정을 지었다.
나도 미치는 줄 알았다며 대꾸하고 우리는 혀를 찼다.
도넛과 커피를 먹고 우리는 다시 정비를 했다.
열심히 걷고 걸었지만, 확실히 이 구간은 힘이들었다.
가도, 가도 내가 나아가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구간이었다.
*지금 순례길을 마치고 돌아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의 내 모습과 같다.
오늘의 내가 어제의 나보다 나아지고 있는 건지, 앞으로 나아가고는 있는 건지
헷갈릴 때가 많다.
찜작가와 나는 조금은 멍한 상태로 계속해서 걸었다.
그리고 한 마을에서 쉬어가기로 했다. 마을의 들어서며 수돗가 옆 벤치에 앉았다.
우리는 가지고 있던 과일을 꺼내어 먹고, 텀블러에 물을 다시 채웠다.
벗었던 양말을 다시 신고 신발끈을 야무지게 묶었다.
다시 한번 새로운 마음으로 걷기로 했다.
확실히 힘든 구간이었음이 느껴지는 것은, 사진이 많이 없다.
그리고 겨우 찍은 해바라기 사진도 시들시들하다. 그날의 우리를 보여주는 것 같아
맘이 아프다. ㅋㅋㅋㅋ
목적지인 까리온에 도착하기 전 마을에서 조금의 허기를 다시 채웠다.
콜라와 함께한 또르띠아는 식당에 있던 마을 주민분이 추천해주어서 먹었다.
원래는 보카딜로(샌드위치)를 먹으려고 했는데 요걸 먹고 계시던 아저씨가 추천해주셨다.
맛은 역시, 현지인이 추천하는 음식은 뭔들! *헌이 아버님이 주신 마요네즈랑 같이 먹으니
더욱 우리의 맛이었다. 찜작가는 힘들어서 입맛이 별로였는지 잘 먹지 않았다.
드디어 까리온에 도착을 했다.
우리의 숙소는 마을의 성당 근처에 자리 잡고 있었다.
골목을 지나 숙소가 보이기 시작했고 이곳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고 들어서 걱정했는데
숙소 앞에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더 불안했다.
자리가 없으면 어쩌지? 하고 조심스레 들어가니 친절한 봉사자들이 맞이해주었다.
다행히 자리는 몇 자리 남아있었는데 우리 뒤로 온 3명의 청년들은 자리가 없어 돌아가야 했다.
천천히 로비에 앉아 준비해준 메론과 수박을 양껏 먹은 뒤 체크인을 했다.
찜작가와 나는 한 침대에 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가까이에 자리할 수 있었다.
다행히 찜작가는 1층에서 잘 수 있었다.
숙소는 50명 가량의 순례자들이 묵을 수 있었고 2방에 나누어 자는 것 같았다.
샤워를 하기 위해 2층 샤워장에 가니 순례자들이 줄을 서 있었다.
조금 이따가 해야 하나 하고 있을 때 찜작가가 1층에 다녀오더니, 내려가자고 했다.
알고 보니 체크인하는 옆쪽에 화장실과 샤워실이 추가로 있는 것이었다.
문이 안쪽으로 열리다 보니 순례자들이 다들 잘 모르는 것 같았다.
물론 나도, 찜작가의 관찰력과 센스로 우리는 바로 샤워를 할 수 있었다.
*혹 2층이 막힌다면 1층 샤워장을 노려보세요.
샤워를 마치고 휴식을 조금 취한 뒤 우리는 저녁거리를 사기 위해 마을 초입에 있다는
에로스키에 갔다. 그래도 조금 큰 마트가 있어서 우리는 저녁 장을 볼 수 있었다.
계란과, 과일을 사고 간식거리도 조금 샀다. 그리고 라면 국물을 먹고 싶어 컵라면도 하나 샀다.
옥수수도 샀는데 요건 내일 아침에 먹자고 했다.
우리가 머문 숙소는 5시?인가 부터 순례자들이 모여 노래를 부르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있었다.
장을 보고 들어오는데 그 시간을 가지고 있어 뭔가 애매해졌다.
그래서 들어가지 못하고 숙소 앞 작은 광장에 앉아 잠시 쉬었다.
그리고는 다 같이 요리를 해 먹는 시간이었다. 이 알베르게에서는 같이 요리를 먹고 싶지 않은 분들은
차라리 나가서 먹는 것을 추천한다.
우리처럼 따로 이상하게 먹으면 괜히 눈치 보이고 시간대 맞추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도 우직하게 우리는 우리가 먹고싶은것을 먹고 쉬었다.
다른 순례자들과 어울리는 것도 좋아하고 재밌는데, 가끔 나의 휴식시간이 없어지는 경우도 생겨
이날은 우리에게 좀 휴식을 주고싶어 이렇게 했던 것 같다.
우리는 저녁을 먹은 뒤 마을을 돌아보기 위해 나왔다.
한 바퀴 도는데 분위기 좋은 광장이 있어 그곳에서 잠시 머물다가 왔다.
이제 내일이면, 17일차다. 총 34일을 계획하는 우리에게 반절의 시간이다.
뭔가 아쉬우면서도 벌써 이만큼이나 왔다는 사실에 우리는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해줬다.
앞으로도 다치지 않고 즐기면서 순간순간을 헤쳐나가는 우리가 되길! 하며 다짐했다.
'임잣까 여행 > 2019순례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티아고 순례길] 수다쟁이 털보와 찜작가의 부엔까미노 18일차 :) (0) | 2019.10.31 |
---|---|
[산티아고 순례길] 수다쟁이 털보와 찜작가의 부엔까미노 17일차 :) (0) | 2019.10.30 |
[산티아고 순례길] 수다쟁이 털보와 찜작가의 부엔까미노 15일차 :) (0) | 2019.10.27 |
[산티아고 순례길] 수다쟁이 털보와 찜작가의 부엔까미노 14일차 :) (0) | 2019.10.26 |
[산티아고 순례길] 수다쟁이 털보와 찜작가의 부엔까미노 13일차:) (0) | 2019.1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