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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잣까 여행/2019순례길

[산티아고 순례길] 수다쟁이 털보와 찜작가의 부엔까미노 14일차 :)

Camino de Santiago, day 14

Burgos ~ Hontanas / 30km 

RP Alb. Juan de Yepes 알베르게 이용 / 숙박 7유로(인당)

 

14일 차 영상 보기  https://youtu.be/iLdz0_u5h0E

 


아침 일찍 우리는 숙소를 나왔다. 
6시 이전에는 숙소의 문이 열리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준비를 모두 마치고 내려와 부엌에서 어제 준비한
음식을 먹으며 출발 준비를 마저 했다. 

그리고 시간이 되어 우리는 숙소를 떠났다. 
부르고스는 역시나 큰 도시여서, 빠져나오는데만 해도 또 오래 걸렸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많은 순례자들이 함께 걷고 있었다. 
다들 어딜 그리 급히 가는걸까? 생각하며 걸었다. 
헌데 찜작가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어제 쉰 탓일까? 하며 물어보니, 아무래도 쌀쌀해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8월이었지만 건조한 스페인의 날씨는 해가 들지 않으면 매우 추웠다. 
그래서 따뜻하게 체온을 잘 유지해야 할것 같다. 

 

시속 7km의 고속도보
고속도보
이쪽으로 가세요, 십자가?

 

체온이 올라오자 찜작가는 속도를 다시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는 한 마을에 도착해 모닝커피를 먹었다. 
#까페 콘 레체(커피와 우유를 말하는 이 커피는 설탕을 기호에 따라 넣어 먹는다.)
오늘의 일정은 마을과 마을 사이의 거리가 조금 있는 일정이었다. 
11, 9km 씩 걷고 나서 11km를 걷는 꽤 긴 일정이었다. 

까페 콘 레체(커피에 우유)
순례길 벽화 
저 별을 따라가자
선명해지는(뜨거워지는) 그림자
살표가 가리키는 곳으로
떼 살표
이제는 남은거리 400여km야 !

앞선 일정들과는 다르게 요 구간은 길 중간중간 쉬는곳도 마땅치 않았고
겨우 도착한 마을에서도 제대로 된 휴게시설을 찾을 수 없었다. 
메세타 구간이라고도 하는 요 구간은 순례자들에게 매우 힘든 구간임에는 
틀림이 없다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뜨거운 태양을 피할 공간이 없어 아주 죽을 맛이었다. 

열심히 걷고 한 마을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우리는 점심을 먹기로 했다. 보카딜로 두 개와 콜라를 시켜 우리는 
배낭을 내려두고, 신발과 양말을 벗었다. 
쉬고있는데 네덜란드 커플 친구들이 막 도착해 따로 또 같이 점심을 먹었다. 

*어쩜 그럴 수 있는지, 선물을 주고 난 뒤 우리는 더 이상 만나지 못했다.ㅠㅠ

마을 도착 전 해바락스들 !!
오늘의 점심은 (또)보카딜로&콜라
또카딜로 & 콜라
바우터와 하나
보고싶다 !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다시 뜨거운 순례길 위로 우리의 발을 옮겼다.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오로지 돌과 마른 풀 그리고 우리만 있었다. 
시간이 시간인지라, 다른 순례자들은 역시 보이지 않았다. 

그늘이라곤 우리네 그림자 뿐,
힘든 여정
선명한(뜨거운?) 살표
춤을 춰 !


오후 세시가 다 되어갈 무렵 우리는 우리의 목적지인 온타나스에 도착하고 있었다. 
움푹 들어간 큰 웅덩이에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온타나스 마을은 그 웅덩이 안에 자리 잡고 있었고, 작은 마을이었다. 

가끔 이렇게 돌무덤도 보여요
쩌어기 Hontanas 
마침내 ! 도착 헤헤

우리는 마을 초입에 있는 알베르게로 곧장 향했다. 
몇 개의 알베르게가 더 있었지만 우리는 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저 쉬고 싶었다. 겨우 도착한 알베르게에서 우리는 체크인 보다 콜라를 먼저 시켰다.
하나를 사서 나눠 먹은 뒤 체크인을 진행했다. 

숙소는 깔끔했다. 나무로 된 침대였고 우리는 8인실로 향했다. 
4인 실과 2인실도 있는 듯했다. 
그리고 각 방마다 따로 샤워실이 있어 좋았다.(공동으로 또 샤워실 있음)
방에 처음으로 들어간 우리는 얼른 배낭을 내려두고 샤워를 했다. 
샤워를 마치고는 부지런히 또 움직여 빨래를 하고 널었다. 

이후 한시간 가량 푹 쉬고 나서 우리는 마을을 돌아보기 위해 나왔다. 
마을은 하나의 골목으로 쭉 이어져 있었고 양편에 집들과 상점들이 적게 있었다. 
요 마을은 슈퍼가 따로 있지 않고, 알베르게 별로 식품을 가져다 놓아서 팔고 있었다. 
마을이 워낙 작아서 그랬던 것 같다. 

마을을 좀 돌아보고나서 우리는 저녁을 먹으러 갔다. 
역시 우리가 시킨 음식은 햄버거와 파에야,
햄버거는 실패한 적 없었다. 그리고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파에야는 비린 맛이 좀 강했다. 설익은 쌀 또한 우리를 힘들게 했다. 
우리는 식비를 조금 아끼기 위해(부르고스 식사의 여파..)
파에야와 생맥 콤비와 햄버거와 콜라 콤비를 하나씩 주문했다. 
덕분에 저렴하게 먹었다.

 

콤비, 세트를 시켜 먹어요 
실패는 없다, 햄버거
오늘의 저녁이에유


우리는 맛있게 아니고 배부르게 밥을 먹고, 숙소로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숙소에 앉아 일기를 쓰고 쉬고 있었는데 갑자기 숙소 직원이 테라스로 나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쉬고있던 우리들에게 재밌는 시간을 선사해주었다. 
노래를 듣던 마을 주민분은 그 직원에게 팁을 주기도 했다..ㅋㅋ?

우리가 머문 숙소에 벨기에 부부와 알렉스 부부도 머물게 되어 반가운 시간이었다. 
우리의 전우애가 더욱 돈독해지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우리는 오늘의 일정이 우리를 얼마나 힘들게 했는지 서로 알고 있었다. 
내일도 우리는 따로 또 같이 걷자고 했고, 산티아고 까지 무사하자고 했다. 

 


다음은, 네덜란드 친구들에 관해 쓴 그때의 이야기 

 

바우터와 하나가 보고싶다.

네덜란드 산다는 이유로 축구 이야기를 꺼낸 나에게
(사실 어느 나라던, 아는 스포츠 선수 이야기하고 봄)
네가 나보다 더 잘 안다(네덜란드 축구)며 칭찬해주던 
‘바우터’ 여자친구 ‘하나’와 항상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걸었던 우리. 
어쩌면 지금의 여정에서 가장 많이 만나 가장 많은 안부와 인사를 했던 우리다. 
그렇게 서로에게 말은 잘 통하지 않아도 의지했고, 안부가 궁금했던 사이.

오늘도 만나 같이 걸을까 했지만, 나와 10여키로 전의 마을에서 잔다고 하는 
그들에게 언제줄까 전전긍긍 하기보다 미리 주고 싶었던 선물. 
그들에겐 ‘원앙’과 ‘떡볶이&김밥’ 자석을 선물했다. 14일 동안 봤던 커플 중 
인상 깊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 *헌이의 생일파티를 한 날 그곳 숙소에서 이 커플을 보았다. 
(아, 영상에도 나온다!) 헌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고, 하나가 바우터를 걱정하는 듯 
살피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발은 물집 투성이었다. 
그는 신음했고, 그를 바라보는 그녀는 속상했다. 옆에서 해줄 수 있는 게 마땅치 않아 
나도 아쉬웠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잠시 약국을 다녀온듯한 그녀는 그의 발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치료를 마친 이후엔 괜찮다며 이제 살았다며 웃어보인 그였다. 

그다음 날, 여정을 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그들은 나보다 앞서 걷고 있었다. 
짐은 멜수 없어 다음 마을로 보내고, 그는 힘겹게 그녀를 뒤 따르고 있었다. 
괜찮냐고 묻는 나에게 짐 없으니 날아갈 것 같다며, 
조만간 또 (나를) 따라 잡을 것이라고 했다. 그들이 걷는 이유가 궁금해졌지만, 
힘겹게 걷고 있는 그에게 물어볼 수 없어 다음을 기약했다. 
그리고 그렇게 지금까지 나와 함께 걷고 있다. 

화목하고 늘 동반하는 부부를 빗대어 원앙이라고 하는데, 
딱 맞는 커플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떡볶이와 김밥의 조합은 뭐 말할 것 없고.. 먹고 싶다. 
해서 의미와 이름을 설명하며 그들에게 선물을 주니, 지금껏 리액션이 가장 좋았다. 
언젠가 한국에 오면 꼭 먹어보겠다며, 자신들도 자석 수집하는 것을 하고 있다며 
너무 좋다고 했다. 주는 내가 뿌듯해, 걷는 내내 흐뭇했다.(내내는 아니고, 30분만) 
이 길위에서 함께 걷는 우리 모두가 특별한 인연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내일 아침 또 따라잡겠다는 그들에게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를 하지 못한 게 후회되지만 
또 만나길, 그리고 또 언제든 그랬던것 처럼 인사와 안부를 물어주길, 
쓰다 보니. 나의 한국 친구들도 안녕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