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느끼한 산문집] 망하지 않을 것 같은 그녀의 책
[안 느끼한 산문집]
#강이슬 지음
(주)웨일북
작가는 나와 동갑&동향.
(여기서 향은 시골 향)
그렇다고 친분이 있는것은 아니다.
이 작가는 내 훈련소 동기의 불알(?)친구 인듯 하다.
온라인 상으로 이 작가를 알게 됐고
올해 4월 쯤 #브런치 라는 플랫폼으로
이 작가의 글을 접하게 됐었다.
순식간에 작가가 쏟아낸 글들을 읽었다.
시원하게 웃기고 울렸던 글들을 보며 찝찝했다.
작가는 이 글들을 쓰기 위해 얼마나 수고스러웠을지
가늠이 안 됐지만, 적어도 내가 읽어 내려간 속도로
이 글들을 쓰지는 않았을 듯 해서 괜히 미안했다.
그러다 ‘아니야, 꽁으로 읽어서 그런 거구나’ 했다.
내가 이만큼 울고, 웃었네요. 작가님 짱 ! 하며
다는 댓글은 아무래도 오바인듯 하고
공감하며 누르는 하트 모양은 부끄러웠다.
그래서
‘다음에 꼭 책이 출판된다면 내가 읽었던 글들에 대한
값을 꼭 지불해야겠다’ 라고 다짐했다.
시간이 흘러 스페인 여행 중
책 출판에 대한 소식을 들었는데
내가 기뻤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 추석 연휴를 보내고
책을 주문했다.
온라인으로 읽었던 글들을 인쇄 된 활자로 읽으니
무언가 더 느낌 있었다.
책은 총 2 장에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포함하여
36개의 산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총 36개의 산문 중 내가 울고 웃었던
글을 소개하고 싶다.
1. 혼란의 여름 : 성인방송 작가
이 글은 일단 파격적이고 부끄럽기도 했다.
친구들 표현을 빌리면 “10선비”인 본인에게는
신선하면서 부끄러운 글이었다.
하지만 이 글은 그게 다가 아니었다.
작가가 표현한 “평등”이라는 단어를 곱씹어 볼 수 있었다.
평등이라는 단어가 주는 불편함이 있다.
이 불편함은 아직 우리가 가야하는 길이 멀어서 인듯 하다.
여기서 나온 평등도, 그리고 직업의식에 대한 부분도 아직 나도 잘 모르겠다.
어느 것이 맞는지, 정답은 있는건지 모르겠다.
혹은 알면서도 열심히 모르는 척 하고 있는 건가?
2. 엄마는 매일 아침 사과를 갈았다.
책 내용 중
“너보다 내가 더 불쌍했지. 그 어린것이 뭘 알았겠어.”
(생략)
엄마는, 첫 아이의 성치 못한 눈을 매일 바라보며 죄지은 사람의 얼굴을 했던 엄마는, 아침마다 강판에 사과를 갈며 중얼중얼 혼잣말로 기도하던 엄마는, 어린아이의 악력에 다 늘어난 티셔츠를 입고서 의사들의 숱한 한숨 소리 앞에서 고개를 조아리던 엄마는, 우리 엄마는 그때 겨우 스물여덟 살이었다. 내가 그때의 엄마 나이에 해낸 거라곤 겨우 사과 맛을 안 것뿐이었다.
집에 있는 나의 엄마도 생각이 났다. 스물 여섯에 형을 낳고 4년 뒤 나까지, 우리 엄마는 서른의 나이에 아들 둘을 둔 엄마가 되었다.
이제 두달 남짓 지나면, 새로운 해를 맞이하면 나는 서른이 된다. 내가 할 수 있는거라곤 세상을 향한 불평 불만 정도가 아닐까 싶다.
엄빠에게 전화를 드려야 할 것 같은 오늘이다.
3. 바보와 호구와 무녜코 데 바로
나는 개인적으로 이 산문이 가장 으뜸이었다.
가본 적 없는 영국의 시골 마을과 만난 적 없는 알폰소와 페드로도 그리고 맛 본적 없는 타바코와 수 많은 알콜들도 내가 다 경험한 듯 머릿속에 그려졌다.
세 청춘이 보여준 지극히 평범했던 우정이 꽤나 아름다웠다. 물론 그들이 그때 당시네 처했던 상황과 호칭들은 남루하지만 그들이 보여준 우정과 서로를 향한 마음들은 따뜻하고 귀하다.
이제 그들이 다시 만난다면
연어 스테이크를 맛있게 먹을 수 있지 않을까?
4. 네가 남긴 작은 발자국들도 곧 사라질 텐데
슬프다.
반려견과 쉽사리 함께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개를 외롭게 할 것 같다라는 마음때문이다.
그리고 아직은,
준비가 되지 않아서기도 하다.
언젠가는 꼭 나도 나의 사랑을 전할 수 있길 !
5. 너무 값싼 숙소는 숙소가 아니었음을
네개의 메뉴, 아홉 요정, 두번의 뿡
향기만 남기고 간 묘령의 동양 여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God bless you”
6. 황도 한 캔의 무게
또 슬프다.
프롤로그 ~ 에필로그 까지 36개의 산문이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갔다.
언제든 다시 꺼내 보고싶은 글도,
[안 느끼한 산문집]이다만, 조금은 느끼했던 글도 있다.
개스키와, 그녀들의 서울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길,
그리고 활자로 만나는
내 고향 “익산”도 또 만날 수 있길
어린시절 만난 적 없는 동갑의 작가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