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수다쟁이 털보와 찜작가의 부엔까미노 17일차 :)
Camino de Santiago, day 17
Carrion de los Condes ~ Terradillos de Los Templarios / 26km / 7시간 50분 소요(휴식시간 포함)
R.PJ. de Molay 알베르게 이용 / 숙박 8유로(인당)=2층 침대 도미토리 & 10유로(인당)=1층 침대
17일 차 영상 보기 https://youtu.be/pp8MwnfWvUk
*17일차 주의*
이 날은 털보와 찜작가가 매우 피로했던 날로 여겨집니다.
원래도 사진이 약한데, 더욱 빈약한 오늘의 사진은 먼저 죄송합니다 :)
숙소에서 일어나 준비를 하는데 많은 순례자들과 함께 준비했다.
우리가 5시 30분쯤 기상하여 짐을 챙겨 부엌으로 내려가니
다른 순례자들도 아침을 먹거나, 스트레칭을 하며 출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리도 준비를 마치고 조금은 서늘한 새벽공기를 마시며 숙소를 빠져나왔다.
어둑어둑한, 골목을 지나며 우리는 17일차를 시작하게 되었다.
오늘 일정은 약 16km가는 동안에는 마을이 존재하지 않는 곳을 걷게 됐다.
제대로 쉴 곳도 마땅치 않은 그러한 구간이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를, 신발끈을 단단히 했다.
역시 날씨가 좋았고, 우리 위에 펼쳐진 구름도 특별히 오늘은 더 아름답다며
찜작가는 이야기했고 언제난 그랬듯 사진을 찍었다.
첫 구간동안 제대로 쉴곳이 없었기 때문에 어제 마트에서 산 음식들을 가지고 다녔다.
계란을 삶았는데 생각보다 잘 삶은 것 같아서 만족스러웠다.
계란을 사서 간식으로, 혹은 식사대용으로 가지고 다니면 비용절감에 좋을 것 같다.
다시 걸으면서 나는 어제부터 하게 된 "졸음도보"를 계속해서 하게 됐다.
졸면서 걷는건 훈련소 시절 야간행군 한 이후로 어제가 처음이었다.
어제도 마을 도착하기 전 졸리기 시작하여 힘겹게 걸었다. 그런데 오늘 또 시작하자마자
얼마 되지 않아 이렇게 졸기 시작했다.
끝없이 이어진 길로 인해, 내가 나아가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쯤 나는 졸고 있었다.
가도 가도 계속해서 같은 자리를 맴도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차라리 오르막을 오르고 싶었다. 오르고 오르다 보면 내려가기 마련이니까.
평지가 이렇게 힘들게 할 수도 있구나 싶었다.
그렇게 힘들게 걷고 있을때즘 레디고스라는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 앞에 표지판에는 산티아고까지 373km 남았다고 했다.
벌써 km수만 따지면 반절이 넘었구나 하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가 아쉬웠다.
(이런 변덕쟁이 같으니라고)
300km만 더 가면, 이 지루하고 힘든 일정이 끝이 난다는 사실에 슬퍼지기도 했다.
그리고 졸음도보를 하지 말아야겠다고 강력히 다짐했다.
그 순간순간 과정을 잘 즐기고 느껴야 한다고 찜작가와 이야기했다.
찜작가는 그것을 꽤나 잘하는 편이다.
나는 한번씩 목표가 설정되고 나면 그것만 보고 나아가는 타입인데,
우리의 찜작가는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있는 그리고 그 과정을 즐기는 타입이다.
앞으로는 찜작가의 리드로 길을 걸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레디고스 마을에서 3km를 더 와서 도착한 오늘의 도착지는 테라딜로스 데로스 템플라리오스
ㅋㅋㅋㅋ마을 이름이 무슨.. 쨌든 여전히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알베르게는 R.P.J. de Molay 라는 곳을 이용했다.
정원이 작게 있고 식당과 숙소로 이루어진 곳이었다.
정원을 통과해 체크인을 하기위해 들어갔다. 주인이 반갑게 웃으며 맞이해줬다.
요 알베르게는 가격이 8, 10유로로 방이 나뉜다. 선택할 수 있는 곳이다.
물론 자리가 남아있는 한해서!
8유로 방은 다른 알베르게와 같이 한 방에 8명~10명가량이 잘 수 있는 2층 침대로 이루어진 방이고
10유로 방은 1층침대로만 이루어진 방이다.
간혹 순례자들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2층을 올라가기가 두렵기도 하다.
그래서 10유로 방을 따로 만들어 놓은 것 같다.
우리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기에 8유로 방으로 예약을 했고,
저녁 식사는 마을이 워낙 작았기 때문에(라고 하고 싶지만 사실 알아보지도 않음 귀찮아서)
숙소에 있는 식당을 이용했다.
일단 저녁식사 시간에 맞춰서 오기로 하고 방으로 가서 짐을 풀고 샤워를 했다.
우리가 머문 방은 총 8명이 잘 수 있는 방이었다.
이날은 찜작가에게 내가 1층에서 자고 싶다고 말했다.(피곤하긴 했던 듯)
찜작가는 흔쾌히 자리를 내어주고 2층으로 올라가 짐을 정리했다.
샤워시설은 3개의 부스가 있었고, 2개의 화장실이 맞은편에 있었다.
샤워하는 곳은 공간이 꽤 넓었으나 갈아입을 옷을 두는 공간은 없어서
옷만 들고가면 옷이 젖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찜작가와 나는, 각 숙소에서 나누어주는 순례자 재활용 캠페인 봉투인 노랑 봉투를 잘 이용했다.
샤워를 마치고 식사시간이 되자마자 우리는 식당으로 갔다.
순례자 메뉴는 양이 조금 많아 우리는 단품으로 시키자고 했다.
사실 나는 순례자 메뉴면 딱 좋은 양이지만, 찜작가는 부담스럽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그랬듯 햄버거를 시켰고, 스테이크도 같이 주문했다.
스테이크와 같이 나온 샐러드가 시원하니 맛 좋았다.
아, 그리고 여기서 먹은 바게트도 진짜 맛있었다.
햄버거는 뭐 말할 필요가 없다.
스테이크는 그냥저냥이 아니고 별로? ㅋㅋㅋ 옆에있는 애들이 더 맛있었다.
배불리 밥을 먹고 우리는 정원에 앉아 잠시 쉬고 있었다.
그곳에는 한국에서 온 우리 또래 친구도 있었다. 그는 맥주를 마시며 혼자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 친구의 발은 물집투성이었다. 그의 발바닥에 안부를 물으며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 앞쪽에는 순례길부터 만났던 시끄러운 3명의 아저씨들이 맥주를 퍼붓고 있었다.
맥주를 먹고, 게임을 하고 가끔씩 담배를 태우러 가던 아저씨들의 목소리는 컸다.
진상이었다.라는 말이다.
그들은 결국 술잔을 하나 깨고 나서야 자리를 정리하고 잠자리로 향했다.
술잔을 깨고나서 얼마 후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찜작가와 나도 이제 들어가자며, 오늘은 일찍 자리에 눕자라고 했다.
그리고 이를 닦고 잘 준비를 했다.
이제 내일부터는 18일 차 일정에 들어간다.
해온 날이 남은 날 보다 많아지는 날이다.
레디고스에서 아쉽고 슬펐던 생각이 나면서,
더욱 다짐을 했다.
이제부터는 모든 순간을 눈에 아름답게 담고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과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겠노라고.
그리고 아낌없이 이 길에게 내 애정을 쏟아내야겠다고
그렇게 다짐하고 잠자리에 들며 깨달았다.
아, 그 진상 3인방 우리 방이지 18